Artist Statement / 2023
나는 예술이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들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제로 얻으려는 열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회화의 실천적인 측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해왔다.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초상화나 삶의 안정을 기원하는 민화와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다만 이러한 회화가 제공하는 간접 경험은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길 염원하게 만든다.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디지털 매체로 완전히 이주시키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회화는 그 창작 과정을 통해 우리의 소망을 실천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붓터치의 형태와 두께,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 그리고 극적인 구성은 모두 이미지가 이상적 세계관에 속해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이는 감상자로 하여금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작업은 이미지에 소망이 투영되거나 완전히 대체되는 사례들을 탐구한다. 민화나 풍수지리를 통해 삶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들은 소망이 간접적으로 투영되는 예시이다. 반면에, 디지털 화면을 통해 가고 싶었던 것을 보거나 귀여운 동물들을 관찰하며 대리만족하는 순간은 소망이 완전히 대체되는 경우이다. 나는 이러한 사례들에서 소재를 찾아 대상이 허구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섬광, 픽셀, 기하학적 패턴, 그리고 기기의 오류로 인해 화면이 조각나는 현상인 ‘글리치 효과’와 같은 표현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디지털적 이미지들은 에어브러쉬를 사용한 스탠실 기법으로 표현되고 나머지 사실적인 묘사들은 붓질로 표현된다.
내 작품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간접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현실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적 표현을 모두 손수 제작함으로써, 나는 디지털 이미지의 허구성에 맞서 실천적 의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지와 소망의 관계,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이상적인 조화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를 통해 감상자들이 기술과 예술 사이의 균형을 찾고, 진정한 경험과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