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Statement / 2025

나는 현재 풍경에 인간의 삶과 정서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풍경을 표현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성장 과정에서 느낀 인생의 위태로움과 잔혹함, 그리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자연 풍경 특유의 평화로움은 나를 깊이 끌어당겼고, 이를 통해 위안을 얻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풍경 속 사물들의 관계와 움직임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은근히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고요한 내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며, '나아가고자 했지만 후진할 수밖에 없는 배', '과수원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을 내는 감귤나무', '바위의 한 시절을 함께한 눈사람'과 같은 장면들로 이를 표현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의 삶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며 느껴지는 평화를 경험하게 한다.


오늘날 미디어를 통해 극단적이고 불행한 삶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삶이 늘 위험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 자연 풍경을 떠올리고 바라보며 위안을 얻곤 한다. 자연 속에는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건강한 것과 병든 것이 모두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이러한 자연의 특성이 삶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과 닮아있다고 믿는다. 긍정과 부정,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이 어우러져 순환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을 인정할 때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삶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소음들 속에서 자연 풍경은 '그럼에도 삶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위로를 건넨다. 나의 작품 또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rtist Statement / 2024

나의 작업은 세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는 일상적인 것들에 내재된 신비로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나는 예술이 감상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믿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의 세계를 표현했던 초현실주의의 일부 작가들은 일상적인 사물의 재배치를 통해 사물 그 자체가 지닌 신비로움을 드러내고자 했는데 이는 ‘데페이즈망’, 즉 대상을 일반적인 상식으로부터 추방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나는 이들의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익숙한 대상들로부터 무한히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이러한 태도를 계승하듯 나의 작업은 관찰과 연상의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산맥을 바라보며 파도를 떠올리고, 파도 속에서 고양이의 줄무늬를 찾아내듯, 주변 세계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탐구한다. 내 작품은 이러한 비유적 사고방식을 통해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신비로움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나는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사물이나 풍경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흐름을 탐구하고 연결짓는다. 물결, 나무의 테, 질서 정연하게 자라있는 풀들과 같은 규칙성을 찾아내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원경에 산맥과 그 앞에 비슷한 모양으로 일렁이는 파도, 풀들이 자라난 방향으로 물보라가 일어나는 이러한 장면들은 모두 내가 직접 그 풍경을 발견했을 때 머릿속에 중첩되었던 이미지들을 표현한 것이다. 


나의 작품은 조화를 통해 서로 다른 두 대상이 지닌 고유성을 조명함과 동시에 자연의 일관된 규칙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작품이 자연과 일상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과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길 바란다. 또한, 이러한 발견이 감상자들의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하여, 자신의 삶 속에서도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Artist Statement / 2023

나는 예술이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들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제로 얻으려는 열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회화의 실천적인 측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해왔다.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초상화나 삶의 안정을 기원하는 민화와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다만 이러한 회화가 제공하는 간접 경험은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길 염원하게 만든다.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디지털 매체로 완전히 이주시키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회화는 그 창작 과정을 통해 우리의 소망을 실천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붓터치의 형태와 두께,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 그리고 극적인 구성은 모두 이미지가 이상적 세계관에 속해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이는 감상자로 하여금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작업은 이미지에 소망이 투영되거나 완전히 대체되는 사례들을 탐구한다. 민화나 풍수지리를 통해 삶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들은 소망이 간접적으로 투영되는 예시이다. 반면에, 디지털 화면을 통해 가고 싶었던 것을 보거나 귀여운 동물들을 관찰하며 대리만족하는 순간은 소망이 완전히 대체되는 경우이다. 나는 이러한 사례들에서 소재를 찾아 대상이 허구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섬광, 픽셀, 기하학적 패턴, 그리고 기기의 오류로 인해 화면이 조각나는 현상인 ‘글리치 효과’와 같은 표현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디지털적 이미지들은 에어브러쉬를 사용한 스탠실 기법으로 표현되고 나머지 사실적인 묘사들은 붓질로 표현된다. 


내 작품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간접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현실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적 표현을 모두 손수 제작함으로써, 나는 디지털 이미지의 허구성에 맞서 실천적 의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지와 소망의 관계,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이상적인 조화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를 통해 감상자들이 기술과 예술 사이의 균형을 찾고, 진정한 경험과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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